6월, 2026의 게시물 표시

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자신만의 꿈, 꿈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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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화 작가님의 〈장갑 초등학교〉시리즈를 알고 계신가요? 서로 다른 쓰임새를 가진 장갑들을 어린이로 의인화해,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고민을 따뜻하게 풀어낸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다르고, 모두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그 시리즈 중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책읽는곰이 펴낸『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입니다. 권투 장갑은 커서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권투 장갑의 꿈은 무엇일까요? 이번 시리즈는 아이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과 권투 장갑이 커서 무엇이 될지, 그럼 우리 아이들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권투 장갑은 장래에 당연히 권투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장갑 친구들이 만들기를 하고 발표하는 날입니다. 그중 목장갑이 타임머신을 만들었는데 우연히 친구들 모두가 미래로 가게 됩니다. 각자 장래 희망대로 살고 있을까요? 궁금하진 장갑 친구들은 미래의 자신을 찾아봅니다. 어떤 친구들은 예상했던 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주방 장갑은 제빵사, 목장갑은 과학자가 된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때밀이 장갑, 레이스 장갑, 권투 장갑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은 커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여기까지 읽고 잠깐 멈추어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권투 장갑은 어른이 되면 뭘 하고 있을까?" 아이들은 주저 없이 답했습니다. 권투 선수, 격투기 챔피언. 당연한 거 아니냐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 전혀 다른 모습이 나왔고, 아이들과 저 모두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OO답게'라는 말로 가능성의 테두리를 그어 버립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답게', '남자답게'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쓰였습니다. 여성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거나 격투기를 하면 어울리지 않는다 했고, 남성이 자수를 놓거나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면 남자답지 못하다고 흉을 봤습니다...

무지개를 잡고 싶어(탐험, 도전 과정, 성장 마인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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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밝고 예쁜 색감에 즐거워지고, 내용에 웃음 짓게 되는 책, 나오미 존슨 글, 애나 고메즈 그림의 출판사 올리에서 펴낸《무지개를 잡고 싶어!》입니다. 아이 유치원에서 여름방학 추천도서로 처음 읽게 되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도 기분 좋아지는 책입니다. 알록달록 색깔 탐험, 책 밖으로 나온 무지개 사냥 무지개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 표지부터 눈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면지도 마찬가지이요. 저희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선명한 색깔의 예쁜 무지개가 여기저기 나타나거든요. 프레야는 무지개를 '잡기' 위해 탐험가처럼 장비를 챙기고 여기저기 무지개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무지개는 쉽게 잡히지 않아요. 직접 만들어 보려다가도 실패하고, 지치고, 속상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프레야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새로운 방법을 떠올리며 도전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프레야만의 방식으로 무지개를 '발견'하는 감동적인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저희 아이들도 집 안에서 무지개 색깔을 찾아보기 놀이를 했습니다. 빨간 사과 사진, 노란 크레파스, 파란 물컵. 어느새 책상 위에 작은 무지개가 하나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책이 놀이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림책의 색채 구성이 이 몰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림책에서 색채(色彩, Color Scheme)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감정선을 이끄는 시각 언어입니다. 색채란 색의 조합과 배열을 통해 독자에게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요소로, 유아 그림책에서는 특히 인지 발달과 정서적 공감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페이지마다 색깔이 하나씩 쌓여가는 구성 덕분에, 아이들은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색깔을 '수집'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무지개를 못 잡아도 괜찮은 이유, 도전 과정이 남기는 것 이 책에서 프레야는 결국 손에 쥘 수 있는 무지개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왜 아이들은 이 결말에 실망하지 않을...

오늘, 너에게(감동, 자존감, 애착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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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최숙희 작가님의 《오늘, 너에게》입니다. 최숙희 작가님은 따뜻한 위로와 사랑,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책을 많이 쓰시는 것으로 유명하시지요. 이전 포스팅  최숙희 괜찮아 리뷰(4~7세, 메시지, 활용법)에서도 최숙희 작가님의 책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저희 아이들이 읽고 엄마와 꼭 안았던《오늘, 너에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탄생의 순간, 지금은 희미해진 그 감동을 다시 아이가 처음 엄마 뱃속에 찾아와 주었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그 날은 분명히 벅찬 감동으로 떨렸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감동은 잊고 매일매일 바쁜 하루를 살아갑니다. 밥 먹이고, 재우고, 유치원, 학교, 학원에 데려다 주는 반복되는 바쁜 하루 속에서 처음의 감동과 감사함은 희석되고 있는 것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7살, 8살 두 아이를 키우면서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가 "오늘 네가 있어서 고맙다"는 감정보다 앞서는 날이 많아졌으니까요. 《오늘, 너에게》는  아이가 엄마 뱃속에 찾아와 준 순간부터 엄마 아빠 눈을 맞추며 사랑스럽게 웃을 때, 넘어져 울 때, 떼부리며 울 때, 걸음마 할 때, 말을 시작할 때, 주변을 관찰할 때, 응가할 때,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때, 매 순간 얼마나 고맙고 기특하고 사랑스러운지 되새겨 줍니다. 이제는 지나가 잊혀진 그 순간들 까지도요. 그림책으로 자존감 발달 최숙희 작가님의 책 여럿이 그렇듯이, 이 책도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기에 좋은 책입니다. 자존감(self-esteem)이란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스스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심리적 토대를 뜻합니다. 발달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 발달이론(Psychosocial Development Theory -  사람이 전 생애에 걸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심리적 과제를 해결하며 성장한다는 이론)에서는 3~6세를 '주도성 대 죄책감'의 단계로 보았는데, 이 시기 아이는 무언가를 ...

민들레는 민들레(나다움, 자기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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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들이 읽을 책을 저 혼자 도서관에 가서 제목만 보고 빌려올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서 책을 읽다가 아이들이 고르는 책을 빌려오기도 하지만 평일에는 저 혼자 가서 빌려오곤 하지요. 오늘 리뷰할 김장성, 오현경 작가님의『민들레는 민들레』도 책 제목만 보고 빌려온 책이었습니다. 과연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 저희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요? 아이가 저에게 추천해 준 책 - 나다움 어른들이 보기에는 이 책 제목만 보아도 어떤 내용인지 대충 감이 오시지요? 맞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나다움'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빌려왔고, 책꽂이에 다른 책들과 함께 가지런히 꽂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첫째가 "엄마, 이 책 좋다. 엄마도 읽어봤으면 좋겠어. 추천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책의 메시지를 잘 읽었는지 궁금하여 둘째와 함께 다시 한번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들에게 "어떤 내용인 것 같아?"라고 물으니, "으응, 어디에 피어나든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이야기 같아. 틈새에서 피어나도 예쁜 민들레야. 민들레 꽃이 지고 나서 씨앗일 때도 민들레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책은 이야기가 없고 글도 많지 않지만, 반복해서 말해 주는 '민들레는 민들레'가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스팔트 틈새에서든, 지붕에서든, 여기저기 피어있는 민들레는 보며 아이가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백이 주는 힘이 강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김장성 작가님 글, 오현경 작가님 그림의 이야기꽃 출판사에서 2014년에 펴냈고, 이듬해 2015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스페셜 멘션을 받았습니다. 자기존중과 나다움 출판사는 책 소개로 "민들레는 흔하고 가까우면서도 예쁩니다. 게다가 피고 지고 다시 싹 틔우는 생명의 순환을 거의 동시에 다 보여줍니다. 그래선지 어린 독자들에게 민들레의 한살이를 보여주는 생태 그...

창덕궁에 불이 꺼지면(몰입, 간접경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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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그림책은 그림책 연령별 권장도서(서울시교육청, 2025년 겨울방학, 유아)에서 소개해 드린 최정혜작님의 『창덕궁에 불이 꺼지면』입니다. 출판사 '책 읽는 곰'에서 시리즈로 내는 우리 문화 그림책 <온고지신>의 24번째 책입니다. 저는 제목을 보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창덕궁에 어둠이 내려앉고, 관광객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호기심을 느껴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과연 저희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요? 호기심, 속도감 있는 몰입으로 작가가 창덕궁을 관람하고 나서 ‘불이 꺼지고 모든 관람객이 집으로 돌아가면, 과연 궁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금천교 위에 조용히 앉아 있는 작은 해치는 어떤 꿈을 꿀까?’라는 상상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가의 이런 상상으로 완성된 이 책은 해치를 따라 창덕궁의 낮과 밤을 아름다운 수채화로 보여주며 창덕궁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하고 창덕궁 곳곳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과연 저도, 저희 아이들도 '낮에만 보았던 궁궐의 밤의 모습을 어떨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해치가 개구리 친구를 찾아 창덕궁 곳곳을 뛰어다니는 장면에 속도감 있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창덕궁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경복궁에 가 본 적이 있어서 "우리 경복궁에 각봤잖아, 거기에서도 해치 봤어"라며 나름 친근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해치(獬豸)란 선악을 판단하고 불의를 물리치는 상상 속의 동물로, 전통적으로 궁궐 입구나 다리 옆에 세워두던 수호신상입니다. 실제로는 위엄있게 생겼지만 책에서는 강아지처럼 귀엽게 그려주어 아이들이 더 친근감있게 해치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창덕궁에 가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경복궁 이야기를 꺼냈다는 점입니다. 영제교 위에서 봤던 해치, 해설사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서로 떠올리면서 "해치...

나는 오늘도 감정식당에 가요(감정 수용,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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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그림책은 "그림책 연령별 권장도서(서울시교육청, 2025년 겨울방학, 유아)"에 소개해 드린 김현태 글, 오숙진 그림의 그린북에서 출판한『나는 오늘도 감정식당에 가요』입니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우리 아이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감정이 음식으로 기분에 따라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난 적이 있으시지요? 스트레스가 쌓인 날엔 매운 음식이 당기고, 마음이 헛헛하거나 속상한 날엔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 요리가 먹고 싶거나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우리가 평소에 자연스럽게 느끼는 점을 발상으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어른인 저에게도 꽤 자연스럽게 와닿았던 것은 물론이고요. 책 속 주인공 미미는 매일 '감정식당'을 찾고, 그날의 감정에 따라 사장님이 딱 맞는 요리를 내어줍니다. 기쁜 날에는 미미를 계속 웃게 해 줄 달달하고 예쁜 딸기 컵케이크를, 슬픈 날에는 마음을 감싸안아줄 따뜻한 단호박프와 눈물이 넘치 않게 막아줄 따끈한 빵 조각을 내어주는 식입니다. 감정식당 사장님은 아이의 감정에 대해 조언하지도 않고 화가 나도 화내지 말라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 감정에 맞는 음식을 내어줄 뿐입니다. 그럼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감정이 나옵니다. 아이와 읽으면서 "이 감정에는 어떤 음식이 나올까?" 하고 서로 맞혀보니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감정을 요리에 비유하여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조절하는 데 어떤 음식이 도움이 될지도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음식 그림도 그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 아이와 함께 음식 그림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감정 수용의 경험, 감정 조절의 첫단계 입니다 감정코칭(Emotion Coaching)이란...

그림책과 아이 발달(언어 발달, 사고력, 정서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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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해력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책 읽기가 이슈화되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읽어주어 어휘력을 키우고 독서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저도 아이의 문해력, 어휘력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책을 읽어줄수록 어른인 저에게도 마음에 울림이 있었고, 관련 공부를 해보니 그림책이 아이의 성장 발달에 주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저의 경험과 학습한 교육이론을 바탕으로 그림책이 아이의 성장 발달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책이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 저희 아이는 미요시 아이의 '꿈이 왔어요'를 읽고 나서 "말캉말캉"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었는지 그날 이후로 며칠 동안 이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풍선도 말캉말캉, 이불도 말캉말캉. 저희 아이의 이런 반응이 바로 어휘 습득(vocabulary acquisition)의 전형적인 과정입니다. 어휘 습득이란 단어의 발음과 의미를 연결하고, 그것을 자신의 맥락 안에서 반복 사용하며 언어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아이가 처음 듣는 단어에서 멈추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저는 속으로 반가웠습니다. 모르는 것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질문하고 설명을 듣고 다시 문맥 안에서 이해하는 흐름이 쌓이면서 아이의 어휘 폭이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Nicholas Dowdall 등이 연구에도 마찬가지 설명을 합니다. 19개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 그림책 공유 읽기(book-sharing)가 표현언어와 수용언어 발달 모두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표현언어(expressive language)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문장으로 나타내는 능력을 말하고, 수용언어(receptive language)란 타인의 ...

꿈이 왔어요(수면불안, 상상력, 주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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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 4~8살 무렵에는 낮에 속상한 일이 있었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무서운 생각이 나서 못 자겠어"라며 잠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에게 "엄마가 꿈에 찾아가서 꼭 안아줄게. 구름 타고 같이 여행 다니다가 구름 솜사탕도 뜯어먹자."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럼 아이는 안심하며 제 손을 꼭 잡고 잠이 들곤 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 아이가 잠에 들기 어려워할 때 읽어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자리 수면불안, 어디서 오는 걸까 4~8세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무서워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이 시기는 상상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인 동시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아직 완전히 구분하지 못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낮에 받은 스트레스나 감정이 소화되지 않은 채 잠자리까지 따라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유치원에서 친구와 다툰 날, 발표를 잘 못한 날,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이 됐을 때도 마음이 무거운 날이면 어김없이 잠이 잘 안 온다고 하였습니다. 단순히 잠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각성 상태라는 것을 나중에야 이해했습니다. 정서적 각성(emotional arousal)이란 어떤 감정 자극으로 인해 심신이 흥분되거나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눈을 감아도 뇌가 쉬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눈 감아, 자야 해"라고 말하기만 하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 그 말은 오히려 아이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할 때가 스르르 잠에 들기 좋았는데, 엄마가 이야기하지 말고 잠에 들라고 할 때는 오히려 무서운 생각도 들고 해서 잠에 들기 어려웠다고 하였습니다. 필요한 것은 명령이 아니라 전환이었습니다. 무서운 생각 대신 채워 넣을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의 씨앗 하나. 『꿈이 왔어요』는 바로 그 씨앗 역할을 합니다. 미요시 아...

나의 특별한 도시락(이민, 소속감, 다문화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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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2025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체리 모의 그림책 『나의 특별한 도시락』입니다. 지난 포스팅 "그림책 연령별 권장도서(서울시교육청, 2025년 겨울방학, 유아)"에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저는 이 책 표지만 보았을 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마음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민 간 아이에게 닥친 하루 홍콩에서 살던 준이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하지만 준이가 아는 영어 단어는 "안녕", "고마워", "몰라" 이 세 단어뿐이었죠. 의사소통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홀로 낯선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를 상상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좀 쿵거립니다. 어른인 저도 낯선 환경에 놓이면 긴장하고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하게 되는데, 언어조차 닿지 않는 교실에 앉은 아이는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이 책은 도시락을 매개로 낯선 세계에 홀로 던져진 아이의 이야기를 다정하고 조용하게 풀어내 줍니다. 작가 체리 모는 실제로 홍콩에서 자라 열 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 경험을 고스란히 준이에게 담아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어설픈 위로나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 없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친구 하나 생기지 않는 점심시간의 고요함, 매일 집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외로움이 그림 안에 그냥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런 감정은 발달심리학에서 문화적응 스트레스(acculturative stress)라고 부릅니다. 문화적응 스트레스란 새로운 문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긴장과 불안 상태를 뜻합니다. 이민 가정 아동에게 흔히 나타나지만, 전학이나 어린이집 첫 등원처럼 낯선 환경에 처음 놓이는 모든 아이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거창한 이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새 학기 첫날 느끼는 그 감정들과 같습니다.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