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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아이 발달(언어 발달, 사고력, 정서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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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해력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책 읽기가 이슈화되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읽어주어 어휘력을 키우고 독서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저도 아이의 문해력, 어휘력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책을 읽어줄수록 어른인 저에게도 마음에 울림이 있었고, 관련 공부를 해보니 그림책이 아이의 성장 발달에 주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저의 경험과 학습한 교육이론을 바탕으로 그림책이 아이의 성장 발달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책이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 저희 아이는 미요시 아이의 '꿈이 왔어요'를 읽고 나서 "말캉말캉"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었는지 그날 이후로 며칠 동안 이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풍선도 말캉말캉, 이불도 말캉말캉. 저희 아이의 이런 반응이 바로 어휘 습득(vocabulary acquisition)의 전형적인 과정입니다. 어휘 습득이란 단어의 발음과 의미를 연결하고, 그것을 자신의 맥락 안에서 반복 사용하며 언어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아이가 처음 듣는 단어에서 멈추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 이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저는 속으로 반가웠습니다. 모르는 것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질문하고 설명을 듣고 다시 문맥 안에서 이해하는 흐름이 쌓이면서 아이의 어휘 폭이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Nicholas Dowdall 등이 연구에도 마찬가지 설명을 합니다. 19개의 무작위 대조 연구를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 그림책 공유 읽기(book-sharing)가 표현언어와 수용언어 발달 모두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표현언어(expressive language)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문장으로 나타내는 능력을 말하고, 수용언어(receptive language)란 타인의 ...

꿈이 왔어요(수면불안, 상상력, 주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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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 4~8살 무렵에는 낮에 속상한 일이 있었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무서운 생각이 나서 못 자겠어"라며 잠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에게 "엄마가 꿈에 찾아가서 꼭 안아줄게. 구름 타고 같이 여행 다니다가 구름 솜사탕도 뜯어먹자."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럼 아이는 안심하며 제 손을 꼭 잡고 잠이 들곤 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 아이가 잠에 들기 어려워할 때 읽어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자리 수면불안, 어디서 오는 걸까 4~8세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무서워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이 시기는 상상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인 동시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아직 완전히 구분하지 못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낮에 받은 스트레스나 감정이 소화되지 않은 채 잠자리까지 따라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유치원에서 친구와 다툰 날, 발표를 잘 못한 날,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이 됐을 때도 마음이 무거운 날이면 어김없이 잠이 잘 안 온다고 하였습니다. 단순히 잠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각성 상태라는 것을 나중에야 이해했습니다. 정서적 각성(emotional arousal)이란 어떤 감정 자극으로 인해 심신이 흥분되거나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눈을 감아도 뇌가 쉬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눈 감아, 자야 해"라고 말하기만 하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 그 말은 오히려 아이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할 때가 스르르 잠에 들기 좋았는데, 엄마가 이야기하지 말고 잠에 들라고 할 때는 오히려 무서운 생각도 들고 해서 잠에 들기 어려웠다고 하였습니다. 필요한 것은 명령이 아니라 전환이었습니다. 무서운 생각 대신 채워 넣을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의 씨앗 하나. 『꿈이 왔어요』는 바로 그 씨앗 역할을 합니다. 미요시 아...

나의 특별한 도시락(이민, 소속감, 다문화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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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2025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체리 모의 그림책 『나의 특별한 도시락』입니다. 지난 포스팅 " 그림책 연령별 권장도서(서울시교육청, 2025년 겨울방학, 유아) "에도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저는 이 책 표지만 보았을 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마음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민 간 아이에게 닥친 하루 홍콩에서 살던 준이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하지만 준이가 아는 영어 단어는 "안녕", "고마워", "몰라" 이 세 단어뿐이었죠. 의사소통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홀로 낯선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를 상상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좀 쿵거립니다. 어른인 저도 낯선 환경에 놓이면 긴장하고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하게 되는데, 언어조차 닿지 않는 교실에 앉은 아이는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이 책은 도시락을 매개로 낯선 세계에 홀로 던져진 아이의 이야기를 다정하고 조용하게 풀어내 줍니다. 작가 체리 모는 실제로 홍콩에서 자라 열 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 경험을 고스란히 준이에게 담아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어설픈 위로나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 없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친구 하나 생기지 않는 점심시간의 고요함, 매일 집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외로움이 그림 안에 그냥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런 감정은 발달심리학에서 문화적응 스트레스(acculturative stress)라고 부릅니다. 문화적응 스트레스란 새로운 문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긴장과 불안 상태를 뜻합니다. 이민 가정 아동에게 흔히 나타나지만, 전학이나 어린이집 첫 등원처럼 낯선 환경에 처음 놓이는 모든 아이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거창한 이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새 학기 첫날 느끼는 그 감정들과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