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감정식당에 가요(감정 수용, 책을 읽고)
이번 그림책은 "그림책 연령별 권장도서(서울시교육청, 2025년 겨울방학, 유아)"에 소개해 드린 김현태 글, 오숙진 그림의 그린북에서 출판한『나는 오늘도 감정식당에 가요』입니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우리 아이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입니다.
감정이 음식으로
기분에 따라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난 적이 있으시지요? 스트레스가 쌓인 날엔 매운 음식이 당기고, 마음이 헛헛하거나 속상한 날엔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 요리가 먹고 싶거나 하는 것처럼요. 이렇게 우리가 평소에 자연스럽게 느끼는 점을 발상으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어른인 저에게도 꽤 자연스럽게 와닿았던 것은 물론이고요.
책 속 주인공 미미는 매일 '감정식당'을 찾고, 그날의 감정에 따라 사장님이 딱 맞는 요리를 내어줍니다. 기쁜 날에는 미미를 계속 웃게 해 줄 달달하고 예쁜 딸기 컵케이크를, 슬픈 날에는 마음을 감싸안아줄 따뜻한 단호박프와 눈물이 넘치 않게 막아줄 따끈한 빵 조각을 내어주는 식입니다. 감정식당 사장님은 아이의 감정에 대해 조언하지도 않고 화가 나도 화내지 말라고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 감정에 맞는 음식을 내어줄 뿐입니다. 그럼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감정이 나옵니다. 아이와 읽으면서 "이 감정에는 어떤 음식이 나올까?" 하고 서로 맞혀보니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감정을 요리에 비유하여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조절하는 데 어떤 음식이 도움이 될지도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음식 그림도 그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 아이와 함께 음식 그림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감정 수용의 경험, 감정 조절의 첫단계 입니다
감정코칭(Emotion Coaching)이란 아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수용한 뒤, 그 감정을 다루는 법을 함께 찾아가도록 돕는 양육 접근법입니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가 체계화한 이 이론의 핵심은, 슬픔이나 분노 같은 이른바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정서 조절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감정에 먼저 이름 붙이고 인식하는 것이 조절의 첫 단계라는 것이죠.
이 관점에서 다시 '감정식당'을 보면, 감정식당의 요리사는 미미가 어떤 감정이든 평가하지 않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화도, 두려움도 모두 식당의 손님처럼 맞이합니다. 기쁨은 딸기 컵케이크가 되고, 슬픔은 따뜻한 단호박수프가 되며, 화는 불꽃 떡볶이가 됩니다. 모든 감정을 수용하고 그 감정에 맞는 음식을 내어주는 것이지요. 감정식당이라는 공간 자체가 아이에게 "네가 느끼는 건 어떤 것이든 이상한 게 아니야, 다 차려낼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분노나 화 같은 감정도 배척하지 않고 요리로 대접한다는 설정이 바로 감정 코칭에서 말하는 '감정 수용'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수용된 경험을 한 미미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천천히 들여다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 나만의 감정 메뉴판
책을 읽고 나서 아이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재미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이 재미있고 즐거운 감정을 어떤 음식으로 표현해 볼까?"라고 물으니 "아몬드 초코쿠키를 만들어 먹자"고 하여 독후활동으로 쿠키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주인공 미미가 요리했던 장면을 보니 자기도 더욱 요리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오독오독 고소하고 달콤하게 씹히는 쿠키를 먹으며 오늘 하루 아이에게 있었던 일과 감정에 대해 더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직접 요리가 어렵다면, '나만의 감정식당 메뉴판 만들기'활동을 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날 때, 무서울 때 먹을 음식을 메뉴로 정해 메뉴판을 만드는 것입니다. 메뉴판을 만들고 그 음식을 그림으로 그려도 좋습니다. 이 책이 감정을 음식으로 시각화하여 표현해 준 것과 맥락을 같이 하여 활동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미미는 매일 감정식당에 갑니다. 아이가 매일매일 감정식당에 가서 사장님에게 오늘의 감정을 터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수용과 이해의 경험일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 주고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음식을 통해 이야기해주는 맛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감정 이야기는 한결 따뜻하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 Gottman, J. M., & Declaire, J. (1997). Raising an Emotionally Intelligent Child. Simon & Schuster.
- 오지현 (2016). 어머니의 아동기 수용 경험, 사회적 지지와 감정코칭 반응이 아동의 정서조절 방식에 미치는 영향: 매개된 조절효과 검증. 『아동학회지』
- Denham, S. A. (1998). Emotional Development in Young Children. Guilford Press.
- Brackett, M. A. (2019). Permission to Feel: Unlocking the Power of Emotions to Help Our Kids, Ourselves, and Our Society Thrive. Celadon Bo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