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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팝콘(봄, 나눔,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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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조용했던 벚꽃이 봄이 되면 가지 끝에서 팡하고 터지듯이 벚꽃이 핍니다. 분홍색의 예쁜 꽃이 우수수 피어 봄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핑크색의 예쁜 꽃이 좋아, 저희 둘째는 벚꽃을 가장 좋아합니다. 저희 아이가 좋아하는 꽃을 소재로 한 이 책을 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너무나도 따뜻한 이야기와 그림에 흐뭇해지는 백유연 작가님의 《벚꽃 팝콘》을 소개합니다. 한지 공예로 더한 봄의 벚꽃 팝콘 처음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그림 질감이 다른 그림책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작가가 고운 한지를 직접 물들여 벚꽃을 한 잎 한 잎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 즉 책 속 삽화를 디지털이 아닌 실제 재료로 제작한 것인데, 이 방식을 아날로그 콜라주(analogue collage) 기법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종이를 찢거나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것으로, 컴퓨터로 그린 그림과 달리 질감과 온도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벚꽃 팝콘》은 웅진주니어에서 2020년 3월에 출판된 40쪽짜리 그림책으로, 작가의 '계절 만찬' 시리즈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후 《풀잎 국수》(여름), 《연잎 부침》(가을), 《동백 호빵》(겨울)으로 이어지는데, 저희 아이는 이 시리즈를 계절마다 꺼내 읽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런데 시작은 언제나 이 책, 봄 편이었습니다. 나눔이 자연스러워지는 이야기 구조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 친구들이 각자 아껴둔 재료를 하나씩 가져와 팝콘을 만들어 먹는데, 새들도 배가 고파 함께 팝콘을 나누어 먹습니다. 어느새 팝콘은 동이 나버렸는데, 새들이 벚꽃 씨앗을 건네줍니다. 그 씨앗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벚꽃 팝콘을 다 함께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구조 안에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장치가 숨어있습니다. 발달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제시한 관찰학습(observation...

애착이론(안전기지, 감정조절, 회복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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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속상해서 울고 있을 때 다가갔더니 "혼자 있고 싶어"라고 문을 닫아 버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우리 아이는 부모를 믿지 않는 걸까.' 알고 보니 그 반응 자체가 오히려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이 말하는 중요한 신호 중 하나였습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의 정서적 유대가 어떻게 형성되고, 왜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안전기지가 없는 아이는 탐험을 멈춥니다 애착이론은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John Bowlby)가 1969년에 정립한 발달심리학 이론입니다. 핵심 개념은 안전기지(Secure Base)인데, 이는 아이가 두렵거나 힘들 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심리적 피난처를 뜻합니다. 볼비는 아이가 부모를 찾는 행동이 단순한 응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본능적 반응이라고 봤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 보니 이게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관찰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부모가 벤치에 앉아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와, 아이와 눈을 맞추며 "어, 저기도 가 봐!"라고 반응해 줄 때, 아이의 탐험 반경이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안전기지가 확인된 아이는 훨씬 멀리, 더 오래 놀았습니다.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는 1978년 낯선 상황 실험(Strange Situation Procedure)을 통해 애착의 유형을 분류했습니다. 낯선 상황 실험이란 아이를 낯선 공간에서 부모와 잠시 분리했다가 재결합시키는 상황을 관찰하여 애착의 질을 측정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이 실험에서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을 형성한 아이들은 부모가 떠났을 때 울기도 했지만, 돌아왔을 때 빠르게 안정을 찾고 다시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불안정 애착 유형의 아이들은 재결합 후에도 쉽게 진정되지 않거나, 반대로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안정 애착...

문제가 생겼어요(실수, 수용, 안전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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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희 아이가 실수를 하면, "이게 뭐야? 왜 그랬어?"라고 다그치거나 혼내곤 했습니다. 실수를 너그럽게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를 읽고 실수를 했을 때에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자세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아이의 자존감과 도전 의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유쾌하면서도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소중한 물건에 그만 실수를.. 엄마가 할머니로부터 받으신 소중한 식탁보에 아이가 실수로 다리미 자국을 내었습니다. 이후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엄마는 이 다리미 자국을 보고 뭐라고 말씀하실까요? 이 책은 엄마의 소중한 물건에 실수를 하고 나서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 이후 다리미 자국을 본 엄마와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리미 자국 하나가 페이지마다 전혀 다른 사물로 바뀐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리미 자국이 로켓 폭탄이 되고, 세제 통이 되고, 울타리 쳐진 새장이 되더니 엄마의 눈도 됩니다. 저희 아이들도 책을 넘기면서 "이건 또 뭐야?" 하며 깔깔 웃었는데, 웃음 뒤에는 사실 굉장히 정교한 심리 묘사가 깔려 있었습니다. 이 장치는 아이의 내면에서 두려움, 핑계, 도피, 죄책감이 차례로 올라오는 과정을 그림 언어로 풀어낸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반응을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라고 부릅니다. 인지적 재평가란 같은 상황을 두고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강도와 방향이 달라지는 과정을 뜻합니다. 아이는 하나의 얼룩을 두고 "재난"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탈출구 없는 감옥"으로 해석하기도 하면서 극도의 불안을 경험합니다. 그림 한 장이 그 과정 전체를 담아낸 셈입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저희 아이들은 직접 세모 모양을 그리고 그 위에 여러 그림을 덧붙이는 활동을 해봤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신나게 했고, ...

사랑의 동그라미를 그려요(관계 확장, 나, 입학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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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저희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 유치원 추천해 주신 책입니다. 브래드 몬태규 글, 그림에 크리스티 몬태규 그림, 서남희 옮김, 을파소에서 펴낸《사랑의 동그라미를 그려요》입니다. 40쪽짜리 얇은 그림책이 아이의 긴장과 두려움을 어떻게 달래주었는지, 한번 들어보세요. 관계 확장: 동그라미 하나가 품은 발달심리학 이 책의 핵심 구조는 단순합니다. 아이가 자기 발 주변에 작은 원을 그리고, 가족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면서 그 원이 지구 전체를 감쌀 만큼 커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그림 안에 발달심리학의 핵심 이론 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습니다. 생태학적 체계이론(Ecological Systems Theory)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브론펜브레너(Urie Bronfenbrenner)가 1979년에 제시한 이 이론은, 아동발달이 개인을 중심으로 겹겹이 둘러싼 환경 체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아이는 혼자 자라는 게 아니라, 가족·또래·학교·지역사회·문화라는 층위가 겹쳐 있는 세계 안에서 함께 자란다는 뜻입니다. 책 속 동그라미가 나 → 가족 → 친구 → 이웃 → 세계 순서로 커지는 것은 이 이론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교수님의 강의 슬라이드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됩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책이 관계 맺는 방법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회성을 기르는 5단계 같은 매뉴얼이 전혀 없습니다. 대신 동그라미가 커지는 장면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아이 스스로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비고츠키(Lev Vygotsky)가 사회문화이론(Sociocultural Theory)에서 강조한 지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사회문화이론이란 인간의 고등정신기능, 즉 언어·문제해결·자기조절 같은 능력이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한다는 관점입니다. 동그...

마나의 편지(일곱 숭아, 있는 그대로 존중, 교과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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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치고 108쪽이라는 말을 들으면 "과연 아이가 끝까지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만 5세였던 저희 아이는 이 책을 처음 읽던 날부터 며칠 연속으로 "또 읽어줘"를 반복했습니다. 제3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나이 작가님이 쓰시고, 창비에서 펴낸《마나의 편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어린 연령부터 깊이 빠져드는 책이었습니다. 일곱 숭아가 누구일까?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고래섬에서 홀로 조용히 지내던 할머니 '마나'는 어느 날 먹으려고 집어 든 복숭아들이 파르르 떠는 모습을 봅니다. 마나가 생김새와 성격에 따라 '깨숭아', '먹숭아', '울숭아', '삐숭아' 같은 이름을 붙여 주자, 복숭아들의 귀가 쫑긋 솟아나고 팔다리와 머리카락이 자라나며 어린이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렇게 저마다 다른 성격을 지닌 '일곱 숭아'와 마나가 사계절을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여름부터 봄까지, 일곱 숭아들과 마나가 보내는 사계절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전해줍니다. 저희 아이는 숭아들이 태어나는 장면을 가장 호기심있게 보았고, 마지막 숭아가 태어날 때 아이도 저와 함께 기뻐했고, 드디어 팔이 자라날 때는 "와!" 하고 축하해 주었습니다.  마나가 숭아들을 탄생시키는 과정이 아이에게 워낙 인상 깊었던 터라, 저도 그 방식 그대로 아이에게 해주었습니다. 복숭아에 이름을 붙여주는 흉내를 냈을 뿐인데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함께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를 꼭 안아주니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다시 느껴졌습니다.  또, 책을 다 읽고 아이들이 우리 가족에게 숭아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엄마는 늦잠을 자니까 잠숭아, 동생은 귀여우니 귀욤숭아, 오빠는 멋지니 멋숭아, 아빠는 같이 많이 노니까 놀숭아. 아이가 붙여준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