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잡고 싶어(탐험, 도전 과정, 성장 마인드셋)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밝고 예쁜 색감에 즐거워지고, 내용에 웃음 짓게 되는 책, 나오미 존슨 글, 애나 고메즈 그림의 출판사 올리에서 펴낸《무지개를 잡고 싶어!》입니다. 아이 유치원에서 여름방학 추천도서로 처음 읽게 되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도 기분 좋아지는 책입니다.
나오미 존스, 애나 고메즈_무지개를 잡고 싶어

알록달록 색깔 탐험, 책 밖으로 나온 무지개 사냥

무지개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 표지부터 눈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면지도 마찬가지이요. 저희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선명한 색깔의 예쁜 무지개가 여기저기 나타나거든요.

프레야는 무지개를 '잡기' 위해 탐험가처럼 장비를 챙기고 여기저기 무지개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무지개는 쉽게 잡히지 않아요. 직접 만들어 보려다가도 실패하고, 지치고, 속상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프레야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새로운 방법을 떠올리며 도전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프레야만의 방식으로 무지개를 '발견'하는 감동적인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저희 아이들도 집 안에서 무지개 색깔을 찾아보기 놀이를 했습니다. 빨간 사과 사진, 노란 크레파스, 파란 물컵. 어느새 책상 위에 작은 무지개가 하나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책이 놀이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림책의 색채 구성이 이 몰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림책에서 색채(色彩, Color Scheme)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감정선을 이끄는 시각 언어입니다. 색채란 색의 조합과 배열을 통해 독자에게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요소로, 유아 그림책에서는 특히 인지 발달과 정서적 공감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페이지마다 색깔이 하나씩 쌓여가는 구성 덕분에, 아이들은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색깔을 '수집'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무지개를 못 잡아도 괜찮은 이유, 도전 과정이 남기는 것

이 책에서 프레야는 결국 손에 쥘 수 있는 무지개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왜 아이들은 이 결말에 실망하지 않을까요?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이 제안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이란 결과보다 노력과 도전의 과정에서 배움을 찾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드웩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실패를 '끝'이 아닌 '다음 시도의 출발점'으로 인식할 때 장기적인 학습 능력과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은 그 개념을 이론이 아닌 이야기로 전달합니다.

실제로 저희 아이가 책을 다 읽은 뒤에 한 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무지개는 못 잡았지만 프레야는 재미있었을 것 같아." 처음에는 프레야가 무지개를 잡았는지 못 잡았는지에만 집중하던 아이가, 이야기 끝에서는 과정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도요.

책을 읽은 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실제로 이야기를 나눴던 것들인데, 다른 가정에서도 활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너도 프레야처럼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그게 뭔지 말해볼 수 있어?
  2. 무지개를 모으다가 다 망가졌을 때 프레야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3. 결과가 나빠도 해보길 잘했다고 느낀 적이 있니?
  4. 프레야가 무지개 사냥 말고 얻은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

정답을 유도하는 질문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펼치게 하는 질문이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열린 질문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깊은 대답을 꺼내놓게 만들더라고요. 아이들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비고츠키(Vygotsky)의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 개념도 여기서 떠올랐습니다. 근접발달영역이란 아이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렵지만 어른의 도움이나 상호작용이 있으면 닿을 수 있는 발달 가능성의 범위를 뜻합니다. 부모가 옆에서 질문을 던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 자체가, 아이의 사고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발판이 됩니다.

나만의 무지개는 어디에 있을까, 성장 마인드셋을 심는 시간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프레야는 아빠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다가 무지개를 발견합니다. 그 무지개는 밖에서 찾아 모은 것도, 손에 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거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프레야에게는 충분한 행복이 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무지개는 꿈이나 희망이기도 하지만, 행복이기도 합니다. 저의 생각입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있는 행복. 프레야가 열심히 바깥을 돌아다니며 찾던 무지개는 결국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정작 아빠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순간에 나타났으니까요.

책을 읽은 후 저희 두 아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무지개를 만들었습니다. 큰아이는 색종이를 오려 무지개를 붙이고, 그 아래에 가족 그림을 그렸습니다. 둘째는 색연필로 무지개를 그리고 그 아래 엄마, 아빠, 오빠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은 편지를 쓸 때마다 무지개를 먼저 그리고, 그 아래 가족을 그린 뒤에 글을 썼습니다. 저희 아이들에게 무지개는 가족의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일부러 그렇게 유도한 것이 아닌데, 아이들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낸 것이라 더 뭉클했습니다.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에서 유아기는 주도성(Initiative)이 형성되는 시기로 봅니다. 주도성이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움직이려는 내적 동기를 뜻합니다. 이 시기에 아이가 작은 도전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어른에게 인정과 공감을 받는 것이 건강한 자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림책 속 프레야의 여정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주도성을 자연스럽게 투영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무지개를 잡고 싶어!》를 덮고 난 뒤, 저는 이 책이 아이를 위한 책인지 어른을 위한 책인지 잠깐 헷갈렸습니다. 무지개를 찾아 헤매다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견한다는 이야기는, 어른인 저에게도 울림이 있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읽고 나서 그냥 덮지 말고, 아이에게 "너의 무지개는 뭐야?"라고 한번 물어보세요. 아마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올 겁니다. 그리고 이 책 뒷면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독후 활동지를 다운로드 수 있으니, 재미있게 활용하세요.

--- 참고: 
  • 에릭슨, 에릭 H., 『아동기와 사회』, 중앙적성출판사.
  • 비고츠키, 레프 S., 『마인드 인 소사이어티: 고등정신기능의 발달』, 학이시습.
  • 김형옥, 정가윤 (2020). 유아의 놀이성 및 창의성 향상을 위한 그림책 활용 전통놀이기반 사회교육프로그램의 적용. 교과교육학연구, 24(2), 137–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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