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의 편지(일곱 숭아, 있는 그대로 존중, 교과 연계)
그림책치고 108쪽이라는 말을 들으면 "과연 아이가 끝까지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만 5세였던 저희 아이는 이 책을 처음 읽던 날부터 며칠 연속으로 "또 읽어줘"를 반복했습니다. 제3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나이 작가님이 쓰시고, 창비에서 펴낸《마나의 편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어린 연령부터 깊이 빠져드는 책이었습니다.

일곱 숭아가 누구일까?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고래섬에서 홀로 조용히 지내던 할머니 '마나'는 어느 날 먹으려고 집어 든 복숭아들이 파르르 떠는 모습을 봅니다. 마나가 생김새와 성격에 따라 '깨숭아', '먹숭아', '울숭아', '삐숭아' 같은 이름을 붙여 주자, 복숭아들의 귀가 쫑긋 솟아나고 팔다리와 머리카락이 자라나며 어린이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렇게 저마다 다른 성격을 지닌 '일곱 숭아'와 마나가 사계절을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여름부터 봄까지, 일곱 숭아들과 마나가 보내는 사계절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전해줍니다.
저희 아이는 숭아들이 태어나는 장면을 가장 호기심있게 보았고, 마지막 숭아가 태어날 때 아이도 저와 함께 기뻐했고, 드디어 팔이 자라날 때는 "와!" 하고 축하해 주었습니다. 마나가 숭아들을 탄생시키는 과정이 아이에게 워낙 인상 깊었던 터라, 저도 그 방식 그대로 아이에게 해주었습니다. 복숭아에 이름을 붙여주는 흉내를 냈을 뿐인데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함께 상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를 꼭 안아주니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다시 느껴졌습니다.
또, 책을 다 읽고 아이들이 우리 가족에게 숭아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엄마는 늦잠을 자니까 잠숭아, 동생은 귀여우니 귀욤숭아, 오빠는 멋지니 멋숭아, 아빠는 같이 많이 노니까 놀숭아. 아이가 붙여준 별명을 듣고 온 가족이 함께 웃었고, 그 대화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마나가 숭아들을 대하는 모습,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경험와 성장
미국의 심리학자 Carl Rogers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잘했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자체를 존중받고 사랑받는 경험을 의미합니다.
성격이 제각각인 일곱 숭아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를 인정하며 기다려주고,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마나는 누구 하나를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사랑해 줍니다. 일곱 숭아들에게 저마다의 특징이 있는데, 특징들 때문에 곤란한 부분이 있지만 그 자체로 사랑스럽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놀이에 끌어당겨주고, 숭아들 스스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내려고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아존중감과 다른 사람의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 줍니다.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때,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대신 '있는 그대로도 소중한 존재'라는 안정감을 얻게 됩니다.
또, 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s)에 따르면, 아이마다 잘하는 방식과 강점이 다르며 하나의 기준으로 줄 세울 수 없다고 하는데,《마나의 편지》 속 숭아들이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도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은 이 이론을 그림으로 구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또, 뽑기 기계 안에 빠진 인형을 구해주는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습니다. 숭아들이 용기를 내어 행동하고, 인형들을 돕습니다. 더불어 따뜻한 옷을 얻기까지 하구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보여줍니다.
《마나의 편지》는 아이들에게 '다름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개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마나의 모습은 오늘날 학교와 가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중심교육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담아주었습니다.
또 한가지, 비고츠키는 아이의 발달은 혼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마나의 편지》에서는 숭아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서로 도와주고, 마나는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모습은 아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협력하고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잘 보여 줍니다.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라는 경험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감과 사회성을 키우는 밑거름이 됩니다.
초등 교과 연계, 실제로 써보니 이렇게 연결됩니다
출판사는 이 책이 초등 교과가 연계하여 활동할 수 있는 단원을 소개하였습니다.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국어 교과에서 배우는 편지 쓰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여러 숭아들과 마나가 처음 만나 함께 적응하며 살아가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교과 과정 충분히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가 소개해 준 단원에 제가 구체적인 내용을 덧붙여 다음과 같이 소개해 드립니다.
| 교과 연계 | 그림책과의 연계 내용 | 독후 활동 및 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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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 1-1 「용기를 내 볼까」 |
처음에는 서로 낯설었던 마나와 숭아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함께 살아갑니다. 새로운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
• 숭아들은 어떤 용기를 냈을까? • 너라면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 것 같니? • 최근에 용기를 내서 해 본 일이 있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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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1-2(가) 4. 감동을 나누어요 |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등장인물의 마음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을 함께 이야기하며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는 활동으로 이어가기 좋습니다. |
•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 그리기 • "왜 이 장면이 좋았는지" 한 문장으로 말해 보기 • 가족과 서로 감동받은 장면 이야기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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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1-2 「함께 간다면」 |
성격과 개성이 서로 다른 숭아들이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도와주는 모습은 공동체의 의미와 협력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합니다. |
• 혼자 할 때와 함께 할 때 무엇이 다를까? • 숭아 중 누구와 함께 놀고 싶니? 이유는? • 친구와 함께해서 더 즐거웠던 경험이 있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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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 「내가 보낸 하루」 |
편지에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과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은 뒤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과 잘 연결됩니다. |
• 오늘 가장 즐거웠던 일을 그림으로 그리기 • 부모에게 짧은 편지 써 보기 • 오늘 가장 고마웠던 일을 적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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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2-2(가) 4. 마음을 전해요 |
편지는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 글이 아니라 상대방을 생각하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임을 알려 줍니다. 고마움과 응원의 마음을 글로 전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
• 부모나 친구에게 짧은 편지 써 보기 • "엄마, 오늘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 • "친구야, 같이 놀아서 즐거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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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2-2 「이 계절이 좋은 이유」 |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배경으로 계절의 변화와 함께 마나와 숭아들의 생활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자연의 변화와 함께 관계도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
•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니? • 계절이 바뀌면 무엇이 달라질까? • 마나와 숭아들은 계절마다 어떤 일을 했을까? |
마무리 정리
《마나의 편지》는 읽고 나면 아이 이름을 한 번 더 다정하게 불러주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돌봄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마나가 숭아들을 기다려주듯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과한 표현일까요. 오늘 마나의 편지를 읽으며 아이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고 꼭 안아주시면서 아이 자체로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비고츠키 교육 이론(사회적 관계, 근접 발달 영역, 혼잣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