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자 보았니?(공감과 성장, 협력, 경험)

이번 그림책 리뷰는 신운선 저자, 정지윤 그림,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내 모자 보았니?』입니다. 단순히 모자를 찾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고 나서 아이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잃어버림이 꼭 불행은 아니라는 것, 함께라서 더 즐겁다는 것을 아이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내 모자 보았니? 책 표지

모자를 잃어버린 주인공, 그 이후엔.. - 공감과 성장

신운선 저자, 정지윤 그림,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내 모자 보았니?』에서 레미는 숲에서 바람에 모자를 잃어버리고 토끼, 곰, 다람쥐를 차례로 만나며 모자의 행방을 묻습니다. 동물 친구들은 모자를 보지 못했다고 하지만 바람이 불어간 방향을 알려주고, 레미는 고마운 마음으로 그들의 일을 함께 도와줍니다. 그리고 결국 처음 잃어버린 모자 대신, 친구들이 힘을 모아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꽃모자를 선물 받습니다.

저희 아이는 레미가 모자를 잃어버리는 장면에서 "아, 레미 속상하겠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책에 집중하여 등장인물의 감정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기특했고, 책이 아이에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연습을 시켜주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책을 조금 더 읽다가, 5세였던 저희 아이는 줄거리보다는 책에 나오는 동물들에게 더 관심히 가져서 이야기가 줄거리와 좀 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책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맘 때 아이들은 이야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구체적인 장면과 인물에 먼저 반응하니까요. 아마도 이 포스팅을 읽는 여러분의 아이도 뜬금없이 "토끼는 당근을 좋아하네", "다람쥐가 귀여워" 라며 동물친구들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그림책 장면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여 주세요.

책을 다 읽고 아이는 "친구들이 만들어줘서 좋았겠다. 새 모자가 더 예쁜 것 같아"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레미가 모자를 잃어버려서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마지막에는 친구들이 만들어준 멋진 모자를 보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레미가 모자를 찾는 과정에서 더 큰 선물을 얻었다는 것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꼭 원래대로 돌아와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경험과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전달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협력과 나눔

이 그림책은 그 어디에도 "친구를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레미가 도우니까 동물 친구들도 돕고, 그래서 결국 다 같이 따뜻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뿐입니다.

요즘 더욱 이슈화되고 있는 사회정서학습(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을 이 책을 통해서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사회정서학습(SEL)이란 공감, 관계 형성, 협력, 의사소통 같은 사회적·정서적 역량을 키우는 교육 접근법을 뜻합니다. 미국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에서는 SEL의 핵심 역량을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결정으로 정리하고 있고(출처: CASEL),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자기인식, 자기관리, 관계인식, 관계관리, 공동체 가치의 인식 및 관리, 정신건강 인식 및 관리라는 6가지 핵심 역량을 제시했습니다.(출처: 한국형 사회정서성장지원 모델 마련 연구(2024)) 『내 모자 보았니?』는 위 핵심역량을 교과서처럼 가르치는 대신,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돕는 사람'과 '도움 받는 사람'이 따로 없다는 점입니다. 레미도 동물 친구들을 돕고, 동물 친구들도 레미를 돕습니다. 이것이 진짜 상호협력(mutual cooperation), 즉 한쪽이 아닌 양쪽 모두가 주고받는 관계의 모습입니다.

아이의 발달이 개인 내면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브론펜브레너의 생태체계이론(Ecological Systems Theory)의 관점에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레미가 숲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모습은 이 이론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줍니다(이전 포스팅 "브론펜브레너 이론(체계구조, 환경상호작용, 발달과정)"참조). 만약 레미가 혼자 모자를 찾았다면 단순한 탐색 경험으로 끝났겠지만, 다양한 관계 안에서 움직이면서 협력과 감사, 배려를 몸으로 익혀가는 겁니다.

비고츠키의 사회문화이론(Sociocultural Theory) 측면에서도 이 책은 많은 학습적 의미가 있습니다. 레미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일하면서 동물 친구들과 함께 일하면서 협력의 방법을 경험합니다. 누군가의 일을 돕고, 도움을 받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은 모두 사회적 학습의 예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이 질문하며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도울 수 있습니다.

 1. 친구가 어려움에 처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곰은 도움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표현할까?
 3. 혼자 할때와 친구와 함께 할 때 뭐가 달랐어?

책 한 권으로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경험하는 방법

그림책을 그냥 읽고 끝내는 것과, 읽은 후 한두 가지 질문을 나누는 것은 아이에게 꽤 다른 경험이 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추천드립니다.

  1. 레미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 아이가 물질적 선물과 관계의 가치를 스스로 비교하게 됩니다.
  2. 친구들이 왜 힘을 합쳐 새 모자를 만들어 주었을까? — 타인의 행동 동기를 추론하는 공감 능력을 자극합니다.
  3. 너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기뻤던 적이 있니? — 책과 아이 자신의 경험을 연결하는 질문으로, 대화가 가장 풍성하게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이들은 독후활동으로 직접 그리고 색칠하고 오려서 레미의 모자 만들기를 하였는데, 둘이 서로 협력하며 예쁜 모자를 완성하였습니다. 다음 사진에서처럼 아이 둘이 함께 힘을 모아 멋진 모자를 만들며 협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협력해서 만든 모자

이 책은 협력이나 나눔에 대해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지만,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협력과 나눔에 대해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이것이 그림책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 1. Urie Bronfenbrenner (1981). The Ecology of Human Development: Experiments by Nature and Design.  
4. Lev Vygotsky. Mind in Society: The Development of Higher Psychological Proce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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