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하고 싶은 말(공감 발달, 마음이론, 관찰)
이번에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박하잎 작가의『내 친구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 책은 지난 포스팅 "그림책 연령별 권장도서(서울시교육청, 2025년 겨울방학, 유아)"에 소개되고, 제32회 눈높이아동문학상 그림책 대상을 수상하였고, 반려동물과 아이 사이의 따뜻한 오해를 그린 그림책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책 표지를 보고 '아이와 금붕어에게 무슨 일이 있나봐.'라며 금붕어와 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라고만 생각했는데, 더 마음 따뜻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반려동물들과 아이들의 생각 - 공감 발달
이 책에는 금붕어, 앵무새,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반려동물의 행동을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고 궁금해하고, 책 후반부에서는 시점이 전환되며 동물들이 사실은 아이들을 걱정하고 위로하고 있었다는 속마음이 드러납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을 보면서 함께 웃었습니다. 서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하면서요.
그러면서 동물들이 서로 "오늘 내가 내 친구를 어떻게 돌봐줬는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장면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각자 동물 친구들이 아이를 어떻게 보고 있었고, 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궁금했거든요. 그러면서 인간이 동물을 일방적으로 돌보는 관계가 아니라, 동물도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상호적인 존재로 그려진다는 점을 느끼고는 마음 따뜻해 하였습니다. "금붕어가 노래를 불렀다는 게 너무 웃겨." 라면서도 "아이를 위해서 노래를 불렀던 거였구나."라고 감동받아 했습니다.
실제로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이 아이의 공감능력과 대인관계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김명희·천성문, 재활심리연구 2024). 이 책이 그 관계를 따뜻하게 시각화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론과 조망수용능력의 발달을 돕습니다
이 책에는 발달심리학 관점에서 마음이론과 조망수용능력 발달을 도울 수 있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란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른 생각, 감정, 의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쉽게 말해 "저 사람은 나와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인데, 보통 만 3~5세 사이에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의 구조가 바로 그 발달을 자극하도록 설계돼어 있습니다. 아이가 반려동물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장면과, 동물의 실제 속마음이 나란히 제시됩니다. 이 구조 자체가 "같은 상황도 내 생각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라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마음이론 내용이 포함된 그림책을 활용한 이야기 나누기 활동이 유아의 마음이론 발달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는 국내 연구도 이 구조의 중요성을 뒷받침합니다(출처: 신애선 外, 아동교육 2018).
여기서 함께 길러지는 능력이 조망수용(Perspective-taking)입니다. 조망수용이란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능력으로, 공감의 핵심 기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동물은 왜 그랬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동물 마음은 달랐네"라고 비교하고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이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호프만(Hoffman)의 공감 발달 이론에 따르면, 유아기는 타인의 슬픔과 기쁨을 내 것처럼 느끼고 배려하는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이 싹트는 시기입니다. 친사회적 행동이란 타인을 돕거나 배려하는 자발적 행동을 뜻합니다. 이 시기의 경험이 이후 또래 관계와 사회성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그림책의 교육적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찾을 수 있는 교육적 의미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음이론(Theory of Mind) 발달 자극: 아이의 해석과 동물의 속마음을 나란히 보여주며 "다른 마음"이 존재함을 경험하게 합니다.
- 조망수용(Perspective-taking) 훈련: "동물은 왜 그랬을까?" 하고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반복됩니다.
-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 촉진: 공감 경험이 쌓이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기초가 만들어집니다.
- 반려동물을 통한 정서 교육: 친숙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를 매개로 부담 없이 "다른 마음"을 탐색하게 합니다.
책을 읽은 뒤, 할머니 댁 강아지를 관찰하는 아이
아이가 책을 읽은 뒤에는 할머니 댁 강아지를 오래 보며 관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니?" 하고 강아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아이의 생활에도 적용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기특하였습니다. 강아지가 곁에 다가오면 "나랑 놀고 싶은가봐"라며 장난감을 가져다 줬고, 강아지가 방석에 혼자 엎드려 있으면 "피곤한가봐, 졸린가봐"라며 강아지의 마음을 추측하려 했습니다.
며칠 뒤에는 제가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 아이가 "엄마, 오늘 밖에서 힘들었어?" 하고 물어보더니 어깨를 주물러주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을 관찰하고, 그 마음을 상상하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의 공감 교육이 효과적인 이유가 단순히 내용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발점은 관찰입니다. 동물들은 아이들을 꾸준히 눈여겨보았기 때문에 오늘의 기분을 알 수 있었고, 아이들도 동물을 매일 보살피며 관찰했기 때문에 "오늘은 뭔가 다른데?"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대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공감의 시작이라는 걸 이 책이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저희 아이도 할머니댁 강아지를 관찰하기 시작한 것 처럼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실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며 책의 내용을 심화시켜보는 것도 좋습니다.
"강아지는 왜 자꾸 따라왔을까?"
"친구가 말은 안 했지만 속상해 보였던 적 있었어?"
"너도 말 대신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 적 있어?"
독후 활동지를 첨부하오니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세요.(제공: 서울특별시교육청 어린이도서관)
활동지 다운로드마무리 정리
공감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친구가 하고 싶은 말』은 재미있게 읽으면서 공감, 그러니까 마음이론과 조망수용능력을 한 층 더 키워줄 수 있는 책입니다. 반려동물이 있는 집이라면 더욱 공감할 장면이 많고, 없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상상한다"는 경험 자체를 즐길 수 있습니다. 4~7세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서 펼쳐보기에 충분히 좋은 그림책입니다.
--- 참고:이영자 外 (2018). 마음이론 내용이 포함된 그림책을 활용한 이야기나누기 활동이 유아의 마음이론 발달과 조망수용능력에 미치는 효과. 아동교육.
김동례 (2020). 공감활동이 유아 정서조절능력과 배려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그림책 활용을 중심으로. KCI 등재 학술지.
김명희, 천성문 (2024). 반려동물 보호자의 인간-동물 상호작용, 공감능력, 자기위로능력, 대인관계스트레스 및 대인관계 간의 구조적 관계분석. 재활심리연구, 31(1), 55-76.
